합격을 만드는 에세이와 에세이 스페셜리스트
요즘 1월과 2월은 얼리 액션(Early Action) 결과가 하나둘씩 나오는 시기이다. 학생들이 카톡으로 합격 소식을 전해올 때마다 나도 함께 기뻐하며 하루가 즐거워진다. 그리고 이 기쁨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며 여름부터 에세이를 함께 만들어 온 에세이 스페셜리스트(Essay Specialist) 들이다. 그래서인지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에서 합격한 학생들은 기쁜 소식과 함께 에세이 스페셜리스트에게 연락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오늘도 이메일을 정리하던 중 나의 에세이 스페셜리스트 중 한 명인 E 선생님에게 iMessage가 왔다. 지금은 시니어(Senior) 학생들의 대학 지원 에세이가 마무리되고, 9~11학년 학생들의 서머 캠프(Summer Camp) 지원을 위한 에세이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E 선생님은 학생과 함께 고민한 내용을 나와 공유하고 싶다며 의견을 물어왔다. 학생이 쓴 에세이를 함께 읽으며 그 내용이 학생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 미팅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사실 E 선생님의 이름을 처음 들으면 많은 학생들이 의아해한다.
한 글자로 된 독특한 이름 때문이기도 하고, 프린스턴(Princeton University)을 최고의 영예로 졸업한 대단한 이력을 가진 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보면 그런 화려한 학력이 무색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라이팅(Writing)을 가르쳐 주시는 분이다. 학업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생각을 더 깊이 탐구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렇게 에세이 스페셜리스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단순히 글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가진 고유한 목소리를 찾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이 합격 소식을 전할 때마다, 우리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온 동반자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된다.
"선생님을 어떻게 찾으셨어요?"
E 선생님을 만난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으로 내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에서 받아온 라이팅(Writing) 수업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틀린 문장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가진 생각과 글의 강점을 살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 그렇게 글을 다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글을 쓰는 게 편해지고, 심지어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제야 학생들은 궁금해진다. 이런 선생님을 어떻게 찾은 걸까?
나는 미국에서 영어 교육을 전공하고, 한국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영어를 가르치면서 확신이 들었다.
라이팅은 단순히 영어를 잘하거나 또는 미국인이라고 해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라이팅을 전공하여 깊은 이해를 가지고, 체계적인 교수법을 아는 사람이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모교인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Iowa)의 아이오와 라이터스 워크숍(Iowa Writers’ Workshop) 출신을 찾기로 했다. 그곳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곳이다. 미국에서도 예전부터 작가 지망생들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명문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나는 그곳 출신들을 여러 명 인터뷰한 끝에, 그곳에서 석사를 하고 티칭 경험까지 가진 E 선생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2024-25 입시를 치르면서, E 선생님과는 많은 순간을 함께했다.
입시 에세이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에세이 리뷰 과정은 제출 전 최소 3번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그만큼 수정할 기회도 줄어든다. 입시는 항상 변수로 가득하지만, 좋은 에세이는 결국 학생이 자기 목소리를 찾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 과정에서 E 선생님 같은 에세이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은 정말 크다고 느낀다.
E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
나와 함께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세션 외에도,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나 세부적인 부분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일대일 미팅을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했다. 시간이 촉박한 학생들에게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특히 중요한데, 미팅에서 받은 코멘트(Comment)는 곧바로 수정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 대학 입학 에세이에서 중요한 점은 학생의 개성과 캐릭터(Character)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어려워하고, 때로는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본래의 개성이 사라지기도 한다.
특히, ChatGPT라는 변수가 있는 지금 상황에서 학생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다.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학생만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고, 오히려 더 명확하고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E 선생님은 이 부분에서 정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역시 전문가!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영어 교육을 전공한 나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에세이 스페셜리스트가 10대 학생들과 비슷한 언어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 입시 에세이는 나레이티브(Narrative) 형식이다. 쉽게 말하면, 일기처럼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글이다. 한글로 생각해 봐도, 40-50대가 쓴 글과 10-20대가 쓴 글이 같은 톤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영어도 마찬가지다. 글을 다듬을 때 학생들의 나이대와 비슷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함께한다면, 10대 특유의 생동감과 풋풋함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20대 중반의 E 선생님을 비롯한 젊은 에세이 스페셜리스트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비슷한 언어 톤으로 피드백을 주고, 학생이 가진 이야기의 생생함을 살려준다. 그 결과, 이러한 피드백을 거친 에세이들은 대학 입시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마지막으로, 이건 나만의 고집일 수도 있지만, 나는 미국에서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하지 않은 일반적인 미국인이 에세이 스페셜리스트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포 2세(Korean-American)나 어릴 때 미국에서 공부하며 영어 글쓰기에 능숙한 분들도 많다. 하지만, 대학 입학 사정관들은 대부분 한국 문화를 잘 모른다. 입학 사정관들이 아는 한국 문화라고 해봐야 K-POP이나 넷플릭스(Netflix)에서 본 몇몇 영화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런 입학사정관들의 시각에서 학생들의 에세이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이런 이유로 E 선생님과 같은 분들을 에세이 스페셜리스트로 함께하고 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한국어로 먼저 쓰고, 영어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를 위해, 나는 교포 2세(Korean-American) 에세이 스페셜리스트도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입시 시즌이 끝날 무렵, 학생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처음엔 막막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저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이 말이 나에게는 참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에세이는 단순히 대학 합격을 위한 글이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쳇 GPT와 같은 AI가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
입시는 늘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진짜 ‘나’를 담은 글이야말로 가장 강한 에세이이다.
그런 에세이가 대학이 원하는 글이며, 동시에 학생들을 성장하게 하는 과정이 된다.
처음엔 막막했던 학생들도 글을 써가며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점점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혼자 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에세이 스페셜리스트(Essay Specialist) 들이 함께한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키면서도, 입학 사정관이 공감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입시는 늘 치열하고, 변수가 많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좋은 에세이는 단순한 합격을 넘어, 학생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자신 있게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매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